신경림, <목계 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유랑하는 자아의 운명에 대한 인식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고달픈 삶의 애환과 휴식에 대한 소망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방랑과 정착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


                             - <농무>, 1973.




시구 연구

 - 목계장터 : 남한 강변에서 가장 번화했던 나루 장터

 - 박가분 : 여자들의 화장품.

 - 구름, 바람, 잔바람, 방물장수, 떠돌이 :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하는 자의 이미지

 -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개인나루 : 목계나루 근처에 전해오는 전설과 관련

 - 잡초나 일깨우는 : 민중들에게 새 소식을 전하는

 - 목계나루 : 남한강변에서 가장 번화했던 나루 장터(민중들의 삶의 공간)

 - 아흐레 나흘 : 9일과 4일에 열리는 장터

 - 박가분 : 여자들의 화장품.

 - 방물장수 : 돌아다니며 생활필수품을 파는 장수(민중들과 교류하는 존재)

 - 들꽃, 잔돌 : 한 곳에 정착하는 이미지

 - 산서리 맵차거든 ~ 뒤에 붙으라네 : 시련과 고난의 시대와 부대끼는 민중들

 - 천치 : 속세의 물욕을 벗어던진 자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토속적, 비유적, 상징적, 관념적

 -  표현 : 반복법, 상징법, 의인법

 -  제재 : 민중들의 삶

 -  주제 : 떠돌이 삶의 모습과 갈등

 -  특징 : 민요적 가락과 일상적 토속적 시어의 사용, 방랑과 정착의 심상이 대립됨, 자연물을 통해 정서를 표현함.



※ 감상포인트

- 화자의 갈등 : 방랑과 정착된 삶을 결정해야 하는 데서 오는 갈등

- 목계장터 : 생활 현실의 공간(민중들의 삶의 집결체)

-  율격 : 민요조의 리듬과 4음보의 율격. '-하고', '-하네', '-라네' 등의 어미 반복으로 생동감 있는 시상 전개.

- 삶의 모습 : 정착해서 살 수 없는 운명, 한 곳에 정착하여 살고 싶어도 떠돌 수밖에 없는 뿌리뽑힌 민중들의 삶의 모습

- '나'의 삶의 자세 : 방랑의 삶과 정착의 삶에 대한 욕구가 함께 함.

- 방랑 :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 다님(구름, 바람, 잔바람, 방물장수, 떠돌이)

- 정착 : 한 곳에 머물러 삶을 견뎌 냄(들꽃, 잔돌)     

- 토속적 소재와 어휘들의 사용 : 잃어버린 것, 지금은 없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한 열망을 표현한 것




신경림(申庚林, 1936.4.6 - ) 

     신경림.jpg  
  1936년 4월 6일 충청북도 중원에서 출생.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1955∼1956년 《문학예술》에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시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며 등단.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농민의 한과 울분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작품들을 꾸준하게 창작하였다. 1973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길》(1990) 등이 있고, 평론에 《농촌현실과 농민문학》(1972),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2), 《역사와 현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시》(1984), 《민요기행》(1985),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목계 장터'를 중심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민중들의 삶과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목계'는 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의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하기도 했지만, 1921년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의 일환으로 충북선이 부설되자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은 전통적인 민요의 리듬을 연상시키는 4음보를 주된 율격으로 하면서, '하고', '하네', '라네' 등의 어미를 반복적으로 구사하여 생동감 있는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방랑과 정착의 이미지가 교체되어 나타나고 있으나, 마지막 부분에서 1, 2행을 변주, 반복하여 주제를 강조하는 안정된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표면상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진술되어 있다. 그러나 그 독백은 화자 개인의 삶의 애환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떠돌이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고뇌라는 일반화된 삶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 시가 '목계 장터'라는 생활 현실의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적 화자가 보고 듣고 체험한 사실들이 시적 표현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름', '바람' 등으로 표상되는 떠남과 '들꽃', '잔돌' 등으로 표상되는 정착의 이미지 사이의 대조적 표현은 퇴색해 가는 목계 나루에서 방랑과 정착의 기로에 서 있는 농촌 공동체의 시대적 삶과 화자의 개인적 삶 사이의 갈등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16행의 단연시로서 의미상 5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락(1~4행)은 화자가 갖는 유랑의 운명에 대한 인식을 보여 준다. '구름'과 '바람'은 화자가 삶에 대해 갖는 비탄, 또는 삶의 주체로서의 자유에 대한 의지를 뜻하며,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는 그 곳에 전해져 내려 오는 전설에서 취재한 표현이다.

  2단락(5~7행)은 방물 장수로서의 떠돌이 삶을 노래한다. '아흐레 나흘'은 목계장이 서는 4일과 9일을 말하며,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에서 가을볕마저도 서럽게 느끼며 살아야 하는 그의 비애가 잘 드러나 있다.

  3단락(8~11행)은 나약한 민초로서 살아가는 삶을 제시하며, 4단락(12~14행)은 고달픈 삶의 애환과 소망을 보여 준다. '산서리 맵차'고 '물여울 모진' 삶의 시련을 피해 '풀 속에 얼굴 묻고' '바위 뒤에 붙'어 안식을 얻고 싶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를 '떠돌이가 되'어 살아가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천치로 변해 / 짐부리고 앉아' 쉬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은 화자가 처한 곤궁한 삶을 대변하고 있다. 5단락(15~16행)은 운명과 존재성을 함께 제시하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1~7행에서, 하늘과 땅은 날더러 구름이나 바람, 혹은 '방물 장수'가 되라고 하고, 8~14행에서는, 산과 강이 날더러 들꽃이나 잔돌, 혹은 '떠돌이'가 되라고 한다. 이를 보면, 8~14행이 1~7행의 변주이며, 15~16행은 1~2행의 반복으로, 이 시가 정교한 기하학적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핵심 문제

1. 다음 두 표현을 비교했을 때, 1연 (가)와 같이 표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가)

vs

(나)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나는 하늘의 구름이 되려 하고

나는 땅 위의 바람이 되라네


(정답) 의지조차 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2. 다음 시어들에 나타난 두 가지 삶의 방법을 정리해 보자.

구름, 바람, 잔바람,떠돌이

vs

들꽃, 잔돌

방랑

 정착


  

3. 이 시에서 목계가 장터일 수 있는 근거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시행을 찾아 쓰시오.

 (정답)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4. 이 시의 '나'에는 어떠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는지 한 문장으로 쓰시오.

(정답) 한 곳에 정착하여 살고 싶어도 떠돌 수밖에 없는, 뿌리 뽑힌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네이버 백과 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763804

목계장터 [─]
요약
장돌뱅이의 삶을 자연에 비유해 운명론적으로 노래한 신경림()의 시.
저자 신경림
장르
발표 1976년 《엘레강스》
본문

1976년 여성지 《엘레강스》에 발표된 작품이다. 원래 1974년 발표되었던 작품에 민요조의 전통가락을 반영시켜 개작해 다시 발표한 것으로, 신경림의 제2시집 《새재》(1979)에 수록되어 있다.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의 공간인 목계를 배경으로 민중들의 애환어린 삶과 강한 생명력을 토속적인 언어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전16행 단연으로 이루어진 자유시로 내재율을 지니고 있다. 장돌뱅이의 삶을 시의 제재로 삼아 민중의 애환을 차분한 독백조의 어조에 실어 상징적·감각적인 심상으로 노래한 향토적 성격의 서정시이다. 표현상의 특징은 1인칭 화자의 독백체를 사용한 점과 민요적 가락을 연상시키는 4음보를 주된 율격으로 하면서 '하고' '하네' '라네' 등의 어미를 효과적으로 반복 사용해 생동감 있는 시상을 전개한 점을 들 수 있다. 또 시 전편을 통해 이 시의 주제의식을 이루는 구름, 잔바람, 방물장수로 표상되는 유랑의 이미지와 들꽃과 잔돌로 표상된 정착의 이미지를 교체시켜 표현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시의 도입부를 변주, 반복함으로써 주제를 강조한 점을 들 수 있다.

'목계장터'라는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표면상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진술되는 이 시는 의미상 5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4행에서는 시적 화자의 독백을 통해 떠돌이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중의 유랑의식을 이야기한다. 제5~7행에서는 목계장터에서 박가분을 파는 방물장수의 비애를 노래한다.

제8~11행에서 시적 화자는 나약한 민초의 삶을 이야기한다. 제12~14행에서는 시적 화자의 독백을 통해 고달프고 궁핍한 민중의 삶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제15~16행에서 시적 화자는 바람과 잔돌의 심상을 통해 운명적인 방랑의식과 정착의 존재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시상을 마무리한다.

이 시는 가난한 민중의 아픔과 서러움을 자연에 비유해 운명론적으로 노래하면서도 민요적 가락에 의탁해 음악성이 뛰어난 독특한 민중시이자 서정시로 평가된다. 특히 구름과 바람 등으로 표상되는 유랑의 이미지와 들꽃과 잔돌 등으로 표상되는 정착의 이미지를 통한 대조적 표현은 방랑과 정착의 기로에 서 있는 농촌공동체의 시대적 삶과 화자의 개인적 삶 사이의 갈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신경림은 농촌소재의 시에 민요적 가락을 도입해 민중의 정서를 노래함으로써 농촌소재의 시를 서정성 높은 민중시로 자리매김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