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성산별곡(星山別曲)>
◇ 본문 1
엇던 디날 손이 星山(성산)의 머믈며셔 棲霞堂(서하당) 息影亭(식영정) 主人(주인)아 내 말 듯소. 人生(인생) 世間(세간)의 됴흔 일 하건마 엇디 江山(강산)을 가디록 나이 너겨 寂寞(적막) 山中(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고. 松根(송근)을 다시 쓸고 竹床(죽상)의 자리 보아 져근덧 올라안자 엇던고 다시 보니 天邊(천변)의 구름 瑞石(서석)을 집을 사마 나 드 양이 主人(주인)과 엇더고.
구절 풀이
* 디날 손 : 지나가는 손님 * 성산(星山) : 전남 담양군 창평에 있는 산 * 머믈며셔 : 머물면서 * 서하당(棲霞堂) : 김성원의 정자 이름 * 식영정(息影亭) : 김성원이 임억령을 위해 지어 준 정자 * 人生(인생) 世間(세간) : 인생살이 * 됴흔 : 좋은 * 하건마 : 많건마는 * 가디록 : 갈수록 * 나이 너겨 : 낫게 여겨, 좋게 여겨 * 아니 나시고 : 나오시지 않는가 * 죽상(竹床) : 대나무로 만든 평상 혹은 침대 * 져근덧 : 잠깐, 잠시 * 엇던고 : 어떠한가 * : 떠있는 * 서석(瑞石) : 무등산의 서석대(瑞石臺) * 나 드 양 : 나가는 듯 들어오는 모습이
현대어 풀이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하여 산수의 풍경을 갈수록 좋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서는 나오시지 않는 것인가.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상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 앉아 어떤가 하고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무등산 서석대를 집삼아. 나가는 듯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비하여 어떠한가.
◇ 본문 2
滄溪(창계) 흰 물결이 亭子(정자) 알 둘러시니 天孫雲錦(천손운금)을 뉘라셔 버혀 내여 닛 펴티 헌토 헌샤. 山中(산중)의 冊曆(책력) 업서 四時(사시) 모더니 눈 아래 헤틴 景(경)이 쳘쳘이 절로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仙間(선간)이라.
구절 풀이
* 창계(滄溪) : 푸른 시내 * 알 : 앞에 * 천손운금(天孫雲錦) : 천손인 직녀가 짠 구름 같은 비단. 즉 은하수 * 뉘라셔 : 누가 * 버혀 내여 : 베어내어 * 닛 펴티 : 잇는 듯 펼치는 듯 * 헌토 헌샤 :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다 * 冊曆(책력) : 달력, 월력 * 헤틴 : 헤친, 펼쳐진 * 쳘쳘이 : 철을 따라 * 절로 나니 : 저절로 일어나니 * 일마다 : 보거나 듣는 일마다 * 선간(仙間) : 신선이 사는 세계. 선계(仙界)
현대어 풀이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 속에 달력이 없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펼쳐진 경치가 철을 따라 저절로 일어나니,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의 것이로다.
◇ 본문 3
梅窓(매창) 아젹 벼 香氣(향기)예 잠을 니 山翁(산옹)의 욜 일이 곳 업도 아니다. 울 밋 陽地(양지) 편의 외씨 허 두고 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 내니 靑門故事(청문고사) 이제도 잇다 다. 芒鞋(망혜) 야 신고 竹杖(죽장)을 흣더디니 桃花(도화) 픤 시내 길히 芳草洲(방초주)의 니어셰라. 닷봇근 明鏡(명경) 中(중) 절로 그린 石屛風(석병풍) 그림재 버들 사마 西河(서하)로 가니 桃源(도원)은 어드매오 武陵(무릉)이 여긔로다.
구절 풀이
* 매창(梅窓) : 매화꽃이 피어 있는 창 * 아젹 벼 : 아침볕에 * 산옹(山翁) : 산촌에 있는 늙은이. 김성원을 가리킴 * 욜 일 : 할 일 * 곳 : 아주( 강세의 의미) * 업도 아니다 : 없지 아니하다. 있다 * 울 밋 : 울타리 밑 * 외씨 : 참외나 오이의 씨를 * 혀 두고 : 뿌려 두고 * 거니 도도거니 : 김을 매기도 하고 북을 돋우기도 하면서 * 빗김의 : 비 온 김에 * 달화 내니 : 다루어 내니. 손질하여 내니 * 청문고사(靑門故事) : 진나라 때 소평이 청문(장안성 동남문)에서 오이를 가꾸며 지낸 일 * 잇다 다 : 있다고 할 것이다 * 망혜(芒鞋) : 짚신 * 야 : 죄어, 재촉하여 * 죽장(竹杖) : 대나무 지팡이 * 흣더디니 : 여기저기 옮겨 짚으니, 바삐 짚으니 * 방초주(芳草洲) : 꽃다운 풀이 우거진 물가 * 니여셰라 : 이어있구나 * 닷봇근 : 잘 닦은 * 명경(明鏡) : 거울(원관념: 물) * 절로 그린 : 저절로 그려진 * 石屛風(석병풍) : 돌병풍, 즉 절벽을 말함 * 버들 사마 : 벗을 삼아 * : 함께 * 어드매오 : 어디쯤인가
현대어 풀이
매창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옹(山翁)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 편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김을 매고, 북돋우어 비 온 김에 손질해 내니, 청문의 고사(故事)가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짚신을 죄어 신고 대나무 지팡이를 바삐 짚으니 도화 핀 시내길이 풀이 우거진 물가로 이어졌구나. 닦여진 거울 속에 저절로 그려진 돌병풍의 그림자를 벗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다.
◇ 본문 4
南風(남풍)이 건듯 부러 綠陰(녹음)을 혜텨 내니 節(절) 아 괴리 어드러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 풋을 얼픗 니 空中(공중) 저즌 欄干(난간) 믈 우 잇고야. 麻衣(마의) 니믜 고 葛巾(갈건)을 기우 쓰고 구브락 비기락 보 거시 고기로다. 밤 비 운의 紅白蓮(홍백련)이 섯거 픠니 람 업시셔 萬山(만산)이 향긔로다.
구절 풀이
* 南風(남풍) : 여름바람. 마파람 * 건 듯 : 문득. 갑자기 * 節(절) 아 : 시절을 아는, 시절을 즐기는 * 어드러셔 : 어디에서 * 오돗던고 : 왔던가 * 희황(羲皇) 벼개 : 복희씨가 다스리던 때에 베고 자던 베개. 태평스러움을 뜻함 * 풋 : 선잠. 잠깐 든 잠 * 얼픗 니 : 얼핏 깨니 * 麻衣(마의) : 삼베옷 * 니믜 고 : 여며 입고 * 갈건(葛巾) : 칡으로 만든 두건 * 기우 쓰고 : 기울여 쓰고, 비스듬히 쓰고 * 구브락 비기락 : 허리를 구부리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면서 * 운 : 기운 * 섯거 픠니 : 섞어 피니 * 업시셔 : 없어서
현대어 풀이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시절을 즐기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태평한 마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웠다가 선잠을 얼핏 깨니, 공중의 젖은 난간이 물 위에 떠 있구나. 삼베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허리를 굽혀서, 기대어서 보는 것이 물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홍백(紅白)의 연꽃이 섞어 피니, 바람기가 없어서 온 산이 향기로다.
◇ 본문 5
廉溪(염계) 마조보아 太極(태극)을 뭇 太乙眞人(태을진인)이 玉字(옥자) 헤혓 노자암 건너보며 紫微灘(자미탄) 겨 두고 長松(장송)을 遮日(차일)사마 石逕(석경)의 안자니 人間(인간) 六月(유월)이 여긔 三秋(삼추)로다. 淸江(청강) 올히 白沙(백사)의 올마 안자 白鷗(백구) 벗을 삼고 줄 모나니 無心(무심)코 閑暇(한가)미 主人(주인)과 엇더니
구절 풀이
* 염계 : 성리학의 시조인 주돈이의 호(號)이자 계곡의 이름 * 태극(太極) : 우주의 근본 원리 * 태을진인(太乙眞人) : 하늘에 있는 진선(眞仙)의 이름 * 옥자(玉字) : 황제가 남긴 비결서인������금간옥자������를 말함 * 노자암 : 식영정에 있는 바위 이름 * 자미탄(紫微灘) : 여울 이름 * 차일(遮日) : 햇빛을 가리는 장막 * 석경(石逕) : 돌길 * 안자니 : 앉으니 * 삼추(三秋) : 가을 석 달을 말함 * 올히 : 떠있는 오리 * 올마 안자 : 옮아 앉아 * 줄 : 잠을 깰 줄을 * 엇더니 : 어떠한가
현대어 풀이
염계를 마주보고 태극성을 묻는 듯, 태을 진인이 옥자를 헤쳐 놓은 듯, 노자암을 건너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은 유월인데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청강에 떠 있는 오리가 백사장에 옮겨 앉아, 흰 갈매기를 벗삼고 잠깰 줄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하여 어떠한가.
◇ 본문 6
梧桐(오동) 서리이 四更(사경)의 도다 오니 千巖萬壑(천암만학)이 나진 그러가. 湖洲(호주) 水晶宮(수정궁)을 뉘라셔 옴겨 온고. 銀河(은하) 여 건너 廣寒殿(광한전)의 올랏 . 마 늘근 솔란 釣臺(조대)예 셰여 두고 그 아래 워 갈 대로 더뎌 두니 紅蓼花(홍료화) 白蘋洲(백빈주) 어 이 디나관 環碧堂(환벽당) 龍(용)의 소히 머리예 다하셰라.
구절 풀이
* 서리 : 서리가 내릴 때 뜨는 달. 가을 달 * 四更(사경) :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정야(丁夜) * 천암만학(千巖萬壑) :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 * 나진 : 낮이라고 한들 * 호주 수정궁 : 오왕 합려가 지은 부용원의 궁전 이름 * 여 건너 : 풀쩍 뛰어 건너서 * 광한전(廣寒殿) : 항아(姮娥)가 산다는 달의 궁전 * 올랏 : 오른 듯 * 마 : 짝이 맞는 한 쌍의 * 솔란 : 소나무는 * 조대(釣臺) : 낚시질하는 곳. 대(臺)의 명칭 * 셰여 두고 : 세워두고, 즉 서있고 * 홍료화 : 붉은 여뀌꽃 * 백빈주 : 흰 마름꽃이 핀 물가 * 어 이 : 어느 사이에 * 디나관 : 지나길래 * 환벽당 : 식영정 안에 있는 사당 이름 * 소히 : 연못이 * 다하셰라 : 닿았구나
현대어 풀이
오동잎 사이로 가을달이 사경이 되니, 천암만학이 낮인들 그보다 더 아름다우랴. 호주의 수정궁을 누가 옮겨 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오른 듯.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조대에 세워 놓고, 그 아래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붉은 여뀌꽃, 흰 마름꽃 핀 물가를 어느새 지났기에. 환벽당 용소(龍沼)에 뱃머리가 닿았구나.
◇ 본문 7
淸江(청강) 綠草邊(녹초변)의 쇼 머기 아들이 夕陽(석양)의 어위 계워 短笛(단적)을 빗기 부니 믈 아래 긴 龍(용)이 야 니러날 . 예 나온 鶴(학)이 제 기 더뎌 두고 半空(반공)의 소소 . 蘇仙(소선) 赤壁(적벽)은 秋七月(추칠월)이 됴타 호 八月(팔월) 十五夜(십오야) 모다 엇디 과고. 纖雲(섬운)이 四捲(사권)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의 도단 이 솔 우 걸려거 잡다가 딘 줄 李謫仙(이적선)이 헌샤.
구절풀이
* 청강 녹초변 :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 * 쇼 머기 : 소를 먹이는 * 어위 계워 : 흥에 겨워 * 단적(短笛) : 짧은 피리 * 빗기 : 비스듬히 * 야 : 잠을 깨어 * : 연기 기운 * 기 : 집을 * 더뎌 두고 : 던져두고. 버려두고 * 반공(半空) : 공중. 허공 * 소소 : 솟아 * 소선(蘇仙) : 당송 8대가 중의 한 사람인 ‘소식(蘇軾)’을 말함 * 적벽(赤壁) : 소동파의 적벽부 * 됴타 호 : 좋다고 하였으되 * 모다 엇디 : 모두들 어찌하여 * 과고 : 칭찬하는가 * 섬운(纖雲) : 가느다랗고 아름다운 구름 * 사권(四捲) : 사방으로 걷힘 * 채 잔 적의 : 완전히 잔잔한 때에 * 도 : 돋은 * 적선(謫仙) :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 이태백
현대어 풀이
푸른 강변 우거진 풀숲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에 흥에 겨워 피리를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을 깨어 일어날 듯, 연기 냄새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동파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가. 가는 구름이 사방으로 걷히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으니,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진 이태백이 야단스럽구나.
◇ 본문 8
空山(공산)의 싸힌 닙흘 朔風(삭풍)이 거두 부러 구름 거리고 눈조차 모라오니 天公(천공)이 호로와 玉(옥)으로 고 지어 萬樹千林(만수천림)을 며곰 낼셰이고. 압 여흘 리 어러 獨木橋(독목교) 빗겻 막대 멘 늘근 즁이 어 뎔로 간닷 말고. 山翁(산옹)의 이 富貴(부귀) 려 헌 마오. 瓊瑤屈(경요굴) 隱世界(은세계) 리 이실셰라.
구절 풀이
* 空山(공산) : 아무도 없는 산 * 싸힌 닙흘 : 쌓인 나뭇잎을 * 朔風(삭풍) : 겨울바람, 북풍(北風) * 구름 거리고 : 많은 구름을 거느리고 * 天公(천공) : 조물주, 하느님 * 호로와 : 일 꾸며 내기를 좋아하여 * 고 : 꽃을 * 萬樹千林(만수천림) : 수많은 나무와 숲 * 며곰 : 꾸며 * 낼셰이고 : 내었구나 * 독목교(獨木橋) : 외나무다리 * 빗겻 : 비스듬히 걸려있는데 * 어 뎔로 : 어느 절로 * 간닷 말고 : 간단 말인가 * 山翁(산옹) : 산에 사는 늙은이, 여기서는 김성원을 가리킴 * 려 : 남더러 * 헌 마오 : 소문내지 마오 * 경요굴(瓊瑤屈) : 옥으로 만든 굴 여기서는������성산(星山)������을 가리킴 * 은세계(隱世界) : 숨어사는 세계 * 리 : 찾을 사람이 * 이실셰라 : 있을까 두렵다
현대어 풀이
공산에 쌓인 낙엽을 북풍이 걷으며 불어, 떼구름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오니, 조물주가 꾸미기를 좋아하여 옥으로 꽃을 만들어, 온갖 나무들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앞 여울물 가리어 얼고 외나무다리 걸려 있는데, 막대를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에 사는 늙은이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이곳 성산의 숨겨진 세상을 찾을 이가 있을까 두렵도다.
◇ 본문 9
山中(산중)의 벗이 업서 漢紀(한기) 하 두고 萬古(만고) 人物(인물)을 거리 혜여니 聖賢(성현)도 만커니와 豪傑(호걸)도 하도 할샤. 하 삼기실 제 곳 無心(무심)가마 엇디 時運(시운)이 일락배락 얏고. 모 일도 하거니와 애옴도 그지업다. 箕山(기산)의 늘근 고불 귀 엇디 싯돗던고. 박소 핀계고 조장이 장 놉다.
구절 풀이
* 한기(漢紀) : 서책 * 하 두고 : 쌓아두고 * 거리 : 거슬러 * 혜여니 : 헤아려보니 *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 * 삼기실 제 : 생겨날 때 * 무심(無心)가마 : 아무 생각이 없으랴마는, 즉 모든 일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뜻 * 일락배락 : 일어났다가 망했다가 * 애옴 : 애달픔, 슬픔 * 그지업다 : 끝이 없다. 한이 없다 * 箕山(기산) : 중국의 산 이름 * 고불 : 여기서는 요임금이 양위하려 하자 더러운 말을 들었다 하여 귀를 씻었다는 허유를 가리킴 * 싯돗던고 : 씻었더란 말인가 * 박소 핀계고 : 허유가 표주박 하나도 귀찮다고 핑계를 대며 임금 되기를 싫다고 했던 일 * 조장 : ‘志操行狀(지조행장)’의 준말, 행실, 행위
현대어 풀이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만고의 인물들을 거슬러 헤아려 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만물을 지으실 때 어찌 아무 의도가 없었을까마는, 어찌 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를 반복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古佛)은 귀는 어찌 씻었던가. 표주박 하나도 귀찮다는 핑계로 세상을 버린 허유의 행실이 가장 현명하구나.
◇ 본문 10
人心(인심)이 야 보도록 새롭거 世事(세사)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엇그제 비 술이 어도록 니건니. 잡거니 밀거니 슬장 거후로니 의 친 시 져그나 리다. 거믄고 시욹 언저 風入松(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主人(주인)인동 다 니저 려셔라. 長空(장공)의 는 鶴(학)이 이 골의 眞仙(진선)이라. 瑤臺(요대) 月下(월하)의 혀 아니 만나신가. 손이셔 主人(주인)려 닐오 그 긘가 노라.
구절 풀이
* 야 : 얼굴과 같아서 * 보도록 : 볼수록 * 머흐도 머흘시고 : 험하기도 험하구나 * 어도록 니건니 : 얼마나 익었느냐 * 슬장 : 실컷 * 거후로니 : 기울이니 * 친 시 : 맺힌 시름 * 져그나 리다 :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 시욹 : 시울. 현악기의 줄 * 풍입송(風入松) : 곡조 이름 * 이야고야 : 타자꾸나 * 손인동 主人(주인)인동 : 손님인지 주인인지 * 니저 려셔라 : 잊어버렸구나 * 진선(眞仙) : 진정한 신선 * 요대(瑤臺) : 달의 다른 이름 * 혀 : 혹시 * 손이셔 : 손님이, 손님께서 * 긘가 : 그인가. 진선인가
현대어 풀이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사는 구름같아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술잔을 잡거니 밀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장공에 떠 있는 학이 이 고을의 참된 신선이라. 달 아래서 혹시 만나지 아니하였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 핵심정리
성격: 전원적, 풍류적
영향 관계: 상춘곡 → 면앙정가 → 성산별곡
주제: 성산의 풍물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 예찬
◇ 작품 해제 1
정철이 25세 되던 해, 그의 처 외재당숙이자 문인인 김성원(金成遠)이 서하당과 식영정을 지었을 때, 김성원의 풍류에 대한 예찬과 흠모의 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하당의 주인인 김성원의 멋과 풍류를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철 자신의 풍류를 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문어구와 고사성어의 남발로 인하여 참신성이 줄고, 개인의 칭송, 특정 지역에 대한 예찬에 치우쳐 보편성이 훼손되는 아쉬움이 있으나, 작자의 전원생활에서 우러난 소박하고 활달한 흥취와 개성이 잘 드러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 작품 해제 2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은 창작 시기에 대해서는 25세 때 지은 작품으로 보기도 하고, 42세 때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식영정은 전라남도 담양에 소재해 있는 정자로서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무등산의 모습과 우리의 전통 정원을 잘 보여주는 소쇄원 등이 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찬탄하는 곳이다. 이 작품은 당시의 문인 김성원이 세운 서하당(棲霞堂), 식영정(息影亭)을 중심으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경치와 김성원의 풍류를 예찬한 노래이다. 당시 성산동 식영정에 모인 사선(四仙), 즉 김성원, 정철, 임억령, 고경명이 같은 제목과 압운으로 지은 한시 '식영암잡영' 20수를 지었는바, 정철이 이를 가사 작품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래서 정철 자신의 순수한 창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자의 솔직한 생활 정서나 인생관, 개성 등의 표출 등으로 보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다른 작품에 비하여 한문투의 고사성어가 많고, 표현력이 뒤떨어지며, 한 개인과 지역에 대한 칭송의 표현이 과다한 점 등이 불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언급한 많은 요소들로 인하여 조선조 가사 중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정철(1536-1593)
선조 대의 인물. 본관 연일(延日). 자(字) 계함(季涵), 호(號) 송강(松江). 시호 문청(文淸). 기대승(奇大升)·김인후(金麟厚)·양응정(梁應鼎)의 문하생이다. 선조 11년 동인의 탄핵으로 벼슬에서 물러나 전남 창평에 은거하였다.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등용, 3년 동안 강원·전라·함경도 관찰사를 지내면서 시작품(詩作品)을 많이 남겼다. 이 때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었고, 또 시조 《훈민가(訓民歌)》 16수를 지어 널리 낭송하게 함으로써 백성들의 교화에 힘쓰기도 하였다. 1585년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가 4년 동안 작품 생활을 하였다. 이 때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등 수많은 가사와 단가를 지었다. 문집으로 〈송강집〉 7책과 〈송강가사〉 1책이 전한다. 강직하고 청렴하나 융통성이 적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성품 탓에 동서 붕당정치의 와중에 동인으로부터 간신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정치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예술가로서의 재질을 발휘하여 국문시가를 많이 남겼다. 〈사미인곡〉·〈속미인곡〉·〈관동별곡〉·〈성산별곡〉 및 시조 100여 수는 국문시가의 질적·양적 발달에 크게 기여했으며, 특히 가사작품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 식영정의 모습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