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로, <입암(立巖)>
[1]
최령(最靈) 오인(吾人)도 직립불의(直立不倚) 어렵거
만고애 곳게 선 얼구리 고칠 적이 업다.
* 무정(無情)히 :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 서 바회 : 서 있는 바위가
* 유정(有情)야 : 어떠한 뜻이 있는 듯.
* 최령(最靈) : 최고로 영특한
* 오인(吾人) : 우리 인간들
* 직립불의(直立不倚) : 의지하지 않고 우뚝 섬
* 곳게 선 : 똑바로 곧게 선
* 고칠 적이 : 고칠 때가. 변할 때가
<해석>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는 저 바위가 마치 무슨 뜻이라도 품고 있는 듯 보이는구나.
가장 영특한 우리네 사람들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랫동안 바로 서기는 어렵거늘
만고의 오랜 세월 꼿꼿하게 선 그 모습이 변할 때가 없구나.
[2]
강두(江頭)에 흘립(屹立)니 앙지(仰之)예 더옥 놉다
풍상(風霜)애 불변(不變)니 더옥 굿다
사람도 이 바회 며 대장부(大丈夫)가 노라
* 강두(江頭)에 : 강가에
* 흘립(屹立)니 : 우뚝 서 있으니
* 앙지(仰之)예 : 그것을 우러러보매
* 굿다 : 굳다. 굳세다.
* 며 : 같으면.
<해석>
강가에 우뚝 서 있어 우러러보매 더욱 높구나
바람과 서리에도 불변하니 더욱 굳세도다.
사람도 이 바위 같으면 대장부라 할 것이로다.
[3]
탁연직립(卓然直立)니 법(法) 바담 즉다마
구 깁흔 협중(峽中)에 알리 잇사 자오랴
노력제반(努力躋攀)면 기관(奇觀)이야 만니라
* 탁연직립(卓然直立) : 꼿꼿하게 우뚝 섬.
* 법(法) 바담 : 본받을 만함
* 협중(峽中)에 : 골짜기 속에
* 알리 잇사 : 아는 사람이 있어서
* 자오랴 : 찾아오랴.
* 노력제반(努力躋攀)면 : 힘들여서 산을 오르면
* 기관(奇觀) : 기이한 경치.
* 만니라 : 많으니라.
<해석>
꼿꼿이 우뚝 서 있으니 본받을 만하다마는
구름 깊은 골짜기에 서 있으니 아는 사람이 있어 찾아오랴
힘들여 산을 오르다보면 아름다운 경치도 많으니라.
◇ 핵심 정리
종류 : 연시조,
성격 : 영물가
제재 : 바위
주제 : 입암의 절경 예찬
출전 : <노계집>
◇ 해제
노계집에 실려 전하며 입암(立巖)이라는 제목으로 연작된 연시조로 바위라는 무정물(無情物)에 지은이의 감정을 이입(移入)한 작품이다. 어쩌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희구한 유치환(柳致還)의 '바위'라는 시를 이 시조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직립 불의(直立不倚)하며 만고 불변(萬古不變)하는 바위의 곧은 성품을 찬양하고 있다.
◇ 박인로 [朴仁老, 1561~1642]
본관 안동(安東). 자 덕옹(德翁). 호 노계(蘆溪) ․무하옹(無何翁). 영천(永川) 출생. 승의부위(承議副尉) 석(碩)의 아들. 어려서부터 시재(詩才)에 뛰어났으며,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의병장 정세아(鄭世雅)의 막하에서 별시위(別侍衛)가 되어 무공을 세우고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 성윤문(成允文)의 발탁으로 종군, 1598년 왜군(倭軍)이 퇴각하자 사졸(士卒)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가사(歌辭) 《태평사(太平詞)》를 지었다. 이듬해 무과에 급제하여 수문장(守門將) ․선전관을 지내고 이어 조라포수군만호(助羅浦水軍萬戶)로 군비(軍備)를 증강하는 한편 선정(善政)을 베풀어 선정비가 세워졌다.
퇴관 후 고향에 은거하며 독서와 시작(詩作)에 전념하여 많은 걸작을 남기고, 1630년(인조 8) 노령으로 용양위 부호군이 되었다. 도학(道學)과 애국심 ․자연애(自然愛)를 바탕으로 천재적 창작력을 발휘, 시정(詩情)과 우국(憂國)에 넘치는 작품을 썼으며 장가(長歌)로는 정철(鄭澈)을 계승하여 독특한 시풍(詩風)을 이룩하고 가사문학(歌辭文學)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영천의 도계향사(道溪鄕祠)에 제향되었다. 문집(文集)에 《노계집(蘆溪集)》, 작품에 《태평사(太平詞)》 《사제곡(莎堤曲)》 《누항사(陋巷詞)》 등이 있다.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 노계 시비 (경북 영천 소재)
